공휴일, 일요일 : 휴진
봄바람이 따가운 민감성 피부..."무너진 장벽이 원인"④ [봄맞이 피부관리법]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따사로운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봄은 설렘과 반가움의 상징이지만, 민감성 피부를 가진 이들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예민한 피부는 미세먼지, 꽃가루, 마스크 마찰 등 일상적인 자극에도 쉽게 붉어지고 따갑거나 가려운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민감성 피부를 일시적이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피부 장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민감성 피부의 원인과 증상부터 피부 장벽 손상을 예방하는 화장법까지, 대한비만미용학회 학술부 위원장인 홍한빛 대표원장(룩스웰의원)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 이전기사
ㄴ환절기 불청객 '피부 트러블'...의사 추천 4가지 케어법은?① [봄맞이 피부관리법]
ㄴ봄볕에 피부는 늙는다…자외선 차단제, 어떻게 바를까?② [봄맞이 피부관리법]
ㄴ"건성·지성·트러블? 봄철 피부, 맞춤 케어 필요"③ [봄맞이 피부관리법]
'피부 장벽이 무너진 상태'… 따가움, 가려움, 화끈거림 등이 주요 증상
민감성 피부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피부학적 개념이다. 1970년대에 독성이 없는 화장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감각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관찰되면서 처음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는 일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가벼운 반응으로 여겨졌지만, 2001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민감성 피부에 대한 역학조사가 실시되면서 관심이 본격화됐다.
q. 민감성 피부는 어떤 피부 상태를 말하나요?
ifsi(국제가려움연구포럼)에 따르면, 민감성 피부란 일반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극에도 따갑거나 가려운 감각이 쉽게 유발되는 피부 상태를 말합니다.
전 세계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국가별 차이는 있었지만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감성 피부를 겪고 있다고 느끼는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중요해졌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평가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자극이 별로 없는 화장품을 사용했는데도 자주 따갑거나 가려움을 느끼고, 세안 후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을 때 불편감이 뚜렷하다면 민감성 피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따가움, 가려움, 화끈거림, 쏘이는 느낌 등이 있으며, 피부가 쉽게 붉어지거나 울긋불긋 변색되기도 합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붓기가 동반되거나, 작은 자극에도 피부가 얼룩지거나 벗겨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민감성 피부는 정상적인 피부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피부 장벽의 구조는 흔히 '벽돌과 시멘트(brick and mortar)' 구조로 비유됩니다. 이 개념은 2011년경 피부과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정리된 바 있습니다. 각질세포(케라티노사이트)는 '벽돌'에 해당하며, 그 사이를 채우는 지질(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은 '시멘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벽돌 사이를 시멘트가 빈틈없이 메우고 있어야 견고한 벽이 완성되듯, 피부 역시 각질 사이에 지질이 잘 채워져 있어야 외부 자극을 막고 수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감성 피부의 경우, 이 시멘트 역할을 하는 지질이 부족하거나 손상돼 있어, 피부 장벽이 무너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외부 자극에 더 쉽게 반응하게 되고, 피부가 점점 더 예민하고 취약한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피부과에서는 '경피적 수분 손실(trans epidermal water loss, tewl)'이라고 부릅니다. 피부 속 수분이 빠르게 마르면서 속 건조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외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q. 피부 장벽이 무너지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피부 장벽이 손상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화상, 과도한 마찰, 외상과 같은 요인들이 있고 내부적으로는 피부염, 유전성 질환 등이 관련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외부 자극과 잘못된 스킨케어 습관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예를 들어 자극적인 화장품의 사용, 잦은 필링이나 스크럽, 세안 시의 과도한 마찰, 고온의 물, 지나치게 강한 클렌징 등은 각질층을 손상시켜 피부 장벽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환절기인 봄철에는 아침과 저녁의 기온 차가 크고, 공기 중 미세먼지나 꽃가루가 피부에 자극을 주면서 민감도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외선,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의 생활습관 요인도 피부 장벽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아토피 체질이나 알레르기 성향이 있는 경우 더욱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q. 피부 장벽 손상을 예방하고 회복하는데 효과적인 성분이 있나요?
최근 몇 년 사이, 피부 장벽 개선 효과로 인증받아 의료기기로 등록된 창상피복재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실손보험 적용도 가능해, 실제 사용 후 효과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주요 기능성 성분 대부분은 피부 장벽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판테놀과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은 비타민 b계열 성분은 피부 재생을 돕고, 세라마이드나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질 성분은 피부 장벽에 필요한 지질을 보충해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특히 세라마이드는 단순히 함유돼 있는 것보다 충분한 함량이 중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카 크림'으로 알려진 센텔라아시아티카 성분도 빠른 피부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정 성분을 지칭하기보다는 피부를 보호하고 재생을 촉진해 줄 수 있는 제품이라면 모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같은 주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도 배합 비율이나 제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민감성 피부는 어떤 방식으로 화장하면 좋을까요?
민감성 피부는 데일리 화장과 특별한 날의 화장을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데일리 화장은 피부에 자극이 적고, 지우지 않고 잠들더라도 부담이 덜한 제품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순한 클렌저로 단일 세안만 해도 괜찮을 정도의 가벼운 메이크업이 이상적입니다. 자극이 적고 백탁 현상이 있는 선크림이나 톤업 크림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피부에 부담이 좀 되더라도 더 완성도 높은 메이크업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발림성이 좋은 메이크업 제품은 피부 각질이나 피지와 전기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클렌징 과정에서 단순히 지운다기보다 피부에서 뜯어내는 것과 비슷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메이크업 전 보습 크림을 충분히 흡수시켜 피부 장벽을 보호한 뒤 화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화장은 잘하는 것보다 제대로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봄맞이 피부관리법] 5편에서는 홍한빛 원장님과 함께 '민감성 피부 관리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