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점점 떨어진다. 바야흐로 롱부츠의 계절이다. 겨울철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히는 부츠는 보온성과 멋,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러나 발 건강만은 놓친듯하다. 과도한 롱부츠 착용은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하지정맥류 등 다양한 족부질환을 일으킨다.
예쁘지만 발 건강엔 최악멋스러우면서도 발과 다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부츠는 겨울철 유행 패션 아이템이다. 부츠는 앞코의 모양과 굽 높이, 부츠가 올라오는 길이 등 디자인이 다양하다. 그러나 다른 신발에 비해 무겁고, 발목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발을 긴장시키고 피로하게 만든다. 굽이 높고 종아리 전체를 조이기 때문에 근육과 발가락뼈에 압박이 가해져, 넓적다리 근육과 발바닥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며 발 앞쪽에 하중이 집중되고 앞 볼이 좁아 발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겨울철, 멋 내다가 족저근막염 유발롱부츠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염은 신체의 하중을 지탱하고 발에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단단한 인대 중 하나로, 걷거나 뛰는 활동을 할 때 발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굽이 없고 딱딱한 부츠는 발바닥 뒤꿈치 주변에 통증을 만드는 족저근막염을 불러일으킨다. 굽이 낮으면 걷기에는 편하지만 충격이 발바닥 전체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발에 무리한 자극이 가해져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족저근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부츠를 장시간 착용해 자극이 반복되면 족저근막에 무리를 줘 염증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습관이 반복돼 족저근막염이 심해지면 발바닥 통증으로 걸음걸이가 변하게 되고, 발목과 무릎뿐만 아니라 고관절이나 허리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발바닥의 내측 아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평발인 사람들은 납작한 신발을 신었을 때 피로를 더 잘 느끼고, 족저근막염 발생 위험이 높다.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최대한 피하고, 충격 흡수 기능이 있는 깔창을 사용하면 족저근막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종아리 근육이 뭉치지 않게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족저근막염을 불러일으키는 롱부츠는 오랫동안 신지 않는 것이 좋다.
롱부츠 신고 가늘고 긴 다리 뽐내다가 발가락 변형 돼볼이 좁고, 굽이 높은 롱부츠는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걸을 때 발의 앞쪽으로 무게가 쏠려 엄지발가락에 큰 압박을 가한다. 엄지발가락은 보행 시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롱부츠를 장시간 착용하게 되면 발 모양 변형으로 발바닥, 발가락 통증을 유발한다. 반복적인 압박이 가해지면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이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끝이 바깥쪽으로 지나치게 휘고, 관절은 발 안쪽으로 튀어나오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무지외반증으로 다른 발가락에 체중 부하가 전달되면 발바닥, 발가락 통증뿐만 아니라 허리나 무릎, 골반 건강까지도 악화될 수 있다. 롱부츠뿐만 아니라 볼이 좁은 구두나 샌들, 하이힐의 장시간 착용으로 무지외반증이 발병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중 후천성 외반무지 질환은 2015년 5만 6,815명에서 2019년 6만 1,55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9년 환자 중 여성이 5만 311명으로 전체의 81.7%에 달한다. 여성이 도드라지게 많은 질병이지만, 남성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지외반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흔히 평발, 넓적발, 발의 앞부분이 안으로 휘어진 '중족골 내전증' 등 선천적 요인과 롱부츠, 하이힐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발가락 변형이 시작되면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만약 질환 초기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부츠를 고를 때 발에 너무 끼지 않게 1츠 정도 여유를 두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너무 높은 굽보다는 낮은 굽이 좋으며, 걸을 때는 발이 뒤꿈치-발바닥-앞꿈치 순으로 지면에 닿도록 걸어야 발 건강에 좋다.
롱부츠 신고 오래 걸으면 걸을수록 다리는 팅팅 불어발과 다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부츠는 길이가 길어질수록 질환 발생 위험도 커진다. 방한을 위해 선택한 롱부츠가 다리 정맥을 압박해 하지정맥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란 발과 다리에 위치한 정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맥의 일부가 확장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약해져 피의 역류를 막는 판막이 손상되면 피가 고여 혈관이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초기에는 핏줄이 검게 보이다가 증세가 심해질수록 혈관이 도드라지게 된다.하지정맥류는 주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에게 발병한다. 과체중, 비만, 흡연, 유전적 요인 등도 원인으로 손꼽히는데, 겨울철 롱부츠를 즐겨 신는 여성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평소 다리가 쉽게 피곤해지고 무거우며, 부종과 통증이 지속된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봐야 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년~2020년 하지정맥류 진료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6년 16만 2천 명에서 2020년 21만 2천 명으로 5만 명(31%)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7%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남성은 5만 2천 명에서 6만 7천 명으로 28.7% 늘었고, 여성은 11만 명에서 14만 5천 명으로 32% 늘었다.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남성보다 여성 환자 유병률이 높았다. 평소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발뒤꿈치를 들거나 발목을 돌리는 종아리 근육 운동이 특히 효과적이다. 롱부츠를 선택할 때는 종아리 둘레보다 0.5cm 이상 여유 있는 디자인을 고르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롱부츠를 신을 때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함께 신어주는 것도 좋다.